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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폭락의 배경 -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그리고 미국

by 왕 달팽이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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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유가가 폭락했습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가격이 20% 가량 폭락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보게되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망했어요 수주입니다. 국제 유가 폭락은 각국의 주가지수 폭락으로 이어졌고, 하루아침에 911테러나 금융 위기 수준의 주가 하락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살면서 이런 시장은 정말 처음봅니다. (911 테러때는 꼬꼬마였고, 금융위기때는 학생이었으니까요)

그나마 희미하게 있었던 기억으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정도의 비쌌던 적도 있던거 같은데 요즘은 30달러를 지키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번 국제 유가 폭락의 배경에는 뭐가 있을지 이것저것 찾아봤습니다.


1. 국제 유가 폭락의 원인 -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COVID-19)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죠. 경제를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너무나 많이 들어서 알고 속담 수준의 말입니다. 수요와 공급,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와 얼마나 많이 쓰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데요. 2020년 새해 종소리와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COVID -19)'이 전세계에 퍼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감기 수준이 아니라 과거 SARS(사스), 신종플루, MERS(메르스) 수준의 특별한 녀석이죠.


문제는 세계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태그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왠만한 물건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들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미국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에 의하면 국제 원유의 69%는 운송업에서 소비되며, 25%는 산업용에서 소비된다고 합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공장의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국제 원유 소비의 주요 두 섹터의 수요가 줄어버렸습니다. 생산이 둔화되어 공장에서 기름을 덜 쓰고, 물건들이 덜 만들어져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유통할 물건들도 줄어든 것입니다.

게다가 소비심리 위축도 한 몫합니다. 분위기가 안좋아지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기 시작합니다. 범 세계적인 전염병 유행으로 해외 여행도 다니지 않게 되었죠. 면세점 쇼핑이 줄고, 각국을 연결하는 항공 노선의 운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여러 측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유행이 원유 수요를 줄어들게 하고 있습니다. 


2. 국제 유가 폭락의 원인 - 산유국의 치킨게임

원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하면 산유국들은 감산 합의를 거쳐 생산량을 줄이게 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거하여 공급을 줄여 다시 가격상승을 도모하게 되는 것이죠. (감산 합의는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일정비율 같이 줄여나가는 일종의 담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죠)

이번에도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 국가들이 비엔나에서 모여 감산 논의를 했다고 합니다. 세계 2위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3위의 산유국인 러시아도 이번 감산합의에 참여했는데요. 문제는 러시아가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어깃장을 놓은 점입니다. 

감산을 하려면 OPEC+ 산유국들이 각자 생산량을 줄여야하는데요. 문제는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이 OPEC+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국영기업 주도로 원유를 생산하는게 아닌 일반 사기업들이 원유를 생산합니다. 또 한, 이들은 엄격한 독과점 규제를 받고있어 OPEC+ 같은 국제 카르텔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또 한, 각 기업들의 이익은 주주들의 이익을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대의를 위한 감산 같은건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죠. 또 한, 미국 정부가 이들의 이익을 대놓고 챙겨줄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OPEC+ 국가가 감산을 해서 국제 유가를 떠받치면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이 원유 생산을 늘려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가버리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서 가장 친미적인 국가인 정치상황도 러시아의 감산 거절에 영향을 준것으로 생각될 수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감산이라는 희생을 통해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챙겨준 꼴이되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는 자신들은 감산하지 않으면서 OPEC 국가들이 감산을 하면 자신들이 시장점유율을 가져갈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어째튼 러시아와의 감산합의 결렬로 이미 국제 유가는 8% 가량 하락했습니다. 전쟁의 서막이었죠.

감산 합의에 적극적이었던 사우디는 러시아와의 협상 결렬이후 치킨게임을 시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감산 결렬이후 4월 예정분 원유 수출 계약에서 대대적인 바겐 세일을 했습니다.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의 가격을 4~6달러, 미국으로 수출되는 원유를 배럴당 7달러 싸게 계약한 것인데요.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사우디가 이렇게 싼 가격에 미리 계약을 체결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한번 해보자, 누가 버티나 보자". 계약한 금액보다 앞으로 원유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증산을 해서 가격을 더 내려버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이런 행보가 치킨게임의 시작으로보고 국제 유가는 바로 폭락해버렸습니다.

치킨게임에서 사우디는 유리한 입장에 서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저렴한 생산단가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땅에 빨대를 꼽으면 석유가 쏟아져나오는 복을 받은 사우디는 저유가 상태에서도 손해를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덜 보게 됩니다.

특히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단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갈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재정상태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미국의 기업들이 하나둘씩 도산하게 되면, 치킨게임의 승자는 사우디가 될꺼라는 생각일겁니다.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각 산유국들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각 산유국들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국내 정치에서 지지율 문제도 나오게 될겁니다. 특히 국영이나 단일 기업이 아닌 여러 사기업들 위주로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기업들은 버티기 힘들 것입니다. 생산단가가 높고, 그 동안 발행했던 하이일드 채권들이 숨통을 조여올 것이기 때문이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이 더뎌지더라도 그 뒤에 있는 유가 폭락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주가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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