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 '기생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비오는 날 씬을 꼽습니다. 비오는 날 부자집에서 숨어있다가 도망쳐 나오는 장면이었는데요. 계단을 한없이 걸어내려가고 내려가서 난장판이 된 반지하 집으로 들어가 역류하는 화장실 변기를 붙잡고 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비가 내리면 고인비는 아래로 흘러내려가 가장 낮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부터 괴롭힙니다. 반대로 비가 그치고 비추는 햇볕은 가장 위에 사는 사람들부터 말려주죠. "비는 아래부터 차고, 햇볕은 위부터 비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 장면에서 느낄 수 있어 기생충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습니다.
영화 기생충
기생충이 그렇게 많은 상을 받게 된 것도 우리의 이런 현실을 잘 그려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알바 해고 늘고, 구인 공고 줄어
전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지금은 비가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으로 각국의 경제들이 침체를 넘어서 셧다운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는 얼어붙어 지갑을 열지 않는 탓에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대기업들까지 어려움을 맞고 있습니다. 모두가 온몸으로 비바람을 견디고 있는 것이죠.
경제활동 참여 주체들 중에 가장 약자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아마도 '아르바이트' 종사자들일겁니다. 임시직 성격이 강한 알바들에게 이번 비바람은 너무나도 큰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3월 14일부터 3월 20일까지 전국 아르바이트 공고 수는 1월 중순대비 3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불과 두 달 사이 전체 알바 일자리의 27.8%가 감소한 것입니다.
특히 대한민국 코로나 감염증 전파의 주요 지역이었던 대구·경북 지역은 전체 알바 구인 공고의 49%가 사라졌습니다. 말그대로 알바 일자리가 '반토막'이 나버린 상황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빨랐던 만큼 다른 지역에비해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컸고, 소비심리 위축도 더 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알바 일자리가 사라진 분야는 영화·공연 부문이었습니다. 전체의 77.4%의 구인 공고가 사라졌습니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형태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더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놀이공원·테마파크 관련 공고가 67.9% 감소했습니다. 그 뒤를 백화점·면세점이 61.2%, 복합쇼핑몰·아울렛이 55.9%, 호텔리조트·숙박업이 40.7% 공고를 감소했습니다.
아르바이트의 경우 단기간 일하는 임시직의 성향이 강하고 쉽게 해고하고 쉽게 고용할 수 있는 노동유연성이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상공인들의 재정부담이 늘어나 고용을 줄여서 버티는 성향이 많이 나타나고, 앞으로의 전망도 크게 밝지 않기 때문에 추가 구인 공고마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 장사하시는 분들도 직원 한 두분을 보내며 굉장히 안타까워 하시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기인한 이번 경기침체로 알바 해고가 늘어나게 되면, 저소득층의 소득이 더욱 줄어들 염려가 있습니다. 이는 빈곤층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일으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이에 수반되는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200만개에 달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저소득층이나 저소득 청년 층에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바람은 언젠간 그치고 다시 햇볕이 떠오를 겁니다. 그 때까지 잘 버티고, 잘 버틸 수 있게 다양한 지원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종식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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