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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 매각 -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그리고 ARM 차이나

킴루코 2020. 8. 10. 05:55

반도체 업계에서 ARM 매각과 관련된 뉴스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ARM을 어떤 회사가 인수하는지에 따라 반도체 업계의 큰 판도가 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ARM

ARM은 영국의 팹리스(Fabless) 기업입니다. 팹리스 기업은 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 추진하는 기업으로 퀄컴과 브로드컴,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팹리스 기업의 범주에 속합니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 제품을 만들어주는 회사, 즉 공장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파운드리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TSMC 같은 회사가 파운드리 범주에 속합니다.

ARM은 이 중에서 팹리스로 반도체 설계를 하는 회사입니다. ARM은 자체 개발한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양한 반도체 설계 라이센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1985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에이콘 컴퓨터로 시작한 ARM은 1990년 애플 컴퓨터와 VLSI 테크놀로지가 조인트 벤처로 투자하면서 지금의 이름인 ARM으로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16년 7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인 비전펀드가 총액 320억 달러(약 35조)로 ARM을 인수하면서 현재 지분 구조가 되었습니다. 향후 IoT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때 그 가치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잘 나가는 프로세서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ARM 아키텍처 기반이며, 애플의 A 시리즈 역시 ARM 아키텍처 기반입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엑시노스 역시 ARM 아키텍처 기반입니다. 점점 ARM 아키텍처의 라이센스로 만드는 프로세서가 세상을 점령해나가고 있는데요. 모바일에서 이정도니 IoT에서는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애플이 자사의 맥 제품에 ARM 기반의 '애플 실리콘'을 적용한다고 선언하면서 ARM에 대한 관심이 더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ARM 매각

미래를 보고 투자한 비전펀드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가 2020년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상황이 변하게 됩니다. 그 동안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과감하게 투자했던 비전펀드가 위워크 투자 실패를 겪으면서 대규모적자가 발생했고, 급하게 유동성이 필요하게 된 비전펀드가 알짜배기 기업인 ARM을 매각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 미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지만 ARM의 현재 영업 실적은 튼튼하지 않은 편입니다. 손정의 회장이 ARM을 인수한 2016년 이후로 큰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실적이 공개된 2017년도 매출 약 1조 7천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에 머무는 등 당장의 현금 흐름이 좋은 기업은 아닙니다.

문제는 ARM을 매각하는 가격입니다. 비전펀드는 ARM을 40조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인수를 했었습니다. 그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한 ARM을 40조원보다 저렴하게 매각할리가 없다는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매출이 2조 근처였던 기업을 40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하는 기업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특히나 요즘같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말이죠.

ARM 매각 - 유력한 플레이어

ARM을 매각하면 가장 좋은 기업은 아마도 인텔일 겁니다. ARM을 인수하여 어려워지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ARM 아키텍처 라이센스를 무기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텔이 ARM을 인수하게 되면 그 무서운 '반독점법'에 바로 걸리게 됩니다. 인텔이 ARM을 인수하게 되면 반독점법에 따라 기업분할을 해야합니다. 이는 인텔의 현 상황과 경영환경을 놓고보면 매우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인텔의 라이벌인 AMD도 물망에 올랐지만 640억 달러(약 74조)에 달하는 시가총액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15억 달러(약 1조 5천억원) 가량으로 인수여력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그 다음으로 ARM과 관련한 뉴스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애플이 있습니다. 애플은 ARM과도 매우 특별한 관계에 있는 기업입니다. ARM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애플 컴퓨터'라는 기업이 나옵니다. 또 한, 최근 애플은 자사의 맥 제품에 ARM 기반의 '애플 실리콘'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바 있습니다. 현금도 넉넉하게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구요.

하지만 애플은 ARM 인수에 큰 흥미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자체 하드웨어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판매하는 애플의 사업 모델과 각 업체에 기술료를 징수하는 ARM의 모델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ARM 매각전에 관심이 없다고 전해집니다.

또 애플 역시 '애플 실리콘'과 A시리즈의 프로세서를 만들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의 기업과 경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ARM을 인수한 다음 라이센스를 무기로 경쟁사들을 공격할 수 있어 반독점법 규제에 걸릴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애플의 배타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반독점법 조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ARM 매각의 또 다른 플레이어로 '엔비디아'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GPU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회사입니다. 최근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및 데이터 처리 부문에서 GPU 프로세싱이 많이 사용되면서 엔비디아의 성장세도 무서운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인텔을 제치고 미국 반도체 회사 중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로써 유일하게 인수 의사를 타진한 기업인데요.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인수 가격도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자신들이 축적해왔던 그래픽 기술들을 ARM의 모바일 칩셋인 말리(Mali)에 적용하여 시너지를 노릴 계획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는 PC 및 서버 시장의 그래픽 카드와 칩셋 부문에서 큰 영향을 미쳤지만 모바일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못 쓰고 있었습니다. ARM 인수를 통해 모바일용 AP 등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인수 대금을 어떻게 준비할지가 관건입니다. 엔비디아는 이번 2분기 기준 160억달러(약 18조원)이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모두 ARM 인수에 쓰기에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변수가 남아있는 상황이라 어렵습니다.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모두 엔비디아의 자사주로 해결해야하는데요. 엔비디아 주가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프로세서를 설계, 제조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비중을 늘리겠다는 삼성전자의 로드맵이 있어 국내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만드는 사업뿐만아니라 다른 팹 기업의 주문을 받아서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도 영위하고 있습니다. 만약 ARM 삼성전자가 ARM 단독으로 인수할 경우 엑시노스와 경쟁하는 다른 팹 기업들의 파운드리 수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익이 크지 않은 ARM을 인수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에 큰 위험을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어떤 한 기업이 ARM을 인수할 경우 지난 30년 동안 유지되어 오던 ARM 생태계가 무너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기업들이 사용하고 라이센스를 받아 제조하고 있는 ARM 아키텍처가 특정 반도체 기업에 넘어가면 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꼬이면 ARM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여러 기업들이 컨소시엄으로 ARM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도 유력해보입니다. 

안 그래도 삼성전자가 ARM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며, 지분을 소량 확보하여 지분 투자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삼성전자가 3~5%가량 ARM의 소액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합니다. (링크 : Samsung mulls buying stakes in Arm - KoreaTimes)

엔비디아와 삼성전자가 컨소시엄 혹은 지분투자 방식으로 ARM을 인수 할 것인지 아니면 뜬금포로 다른 기업이 ARM 매각전에 참여할지 앞으로도 뉴스를 추적해봐야겠습니다.

또 다른 소음 ARM 차이나

ARM의 매각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ARM의 중국 법인인 'ARM 차이나'와 관련된 소음이 발생되었습니다.

지난 8월 4일 ARM 영국 본사는 ARM차이나의 CEO인 '앨런 우'를 해고하는 인사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앨런 우' ARM차이나 CEO가 중국 직원들에게 잘못 된 정보를 전달해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빚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ARM차이나는 이런 본사의 결정에 불복했고, 독자경영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ARM 본사의 결정은 무효라며 공개서한을 중국정부에 전달하고 독립을 공식화했습니다. 200여명의 ARM차이나 직원들이 이 서한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ARM 차이나 측은 회사가 비상하려는 시기에 사장 해임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ARM차이나는 중국정부가 통제하는 회사라고 강조했습니다.

ARM차이나는 2018년 중국 선전에 설립된 ARM의 자회사로 중국 정부측에서 51%, 기타 외국계에서 49% 지분을 소유한 회사입니다. 지난 2017년 기준 ARM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의 비중이 20%에 달했는데요. 중국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셋 중 95% 이상이 ARM 아키텍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정부가 51%의 지분을 가지게 된 배경은 2018년 소프트뱅크가 ARM의 중국 사업 지분 중 51%를 중국 측에 7억 7천 520만달러(약 8천 306억원)의 가격에 매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ARM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는게 유력한 이유였습니다. 지분 구조만 보면 ARM이 중국 시장에서 거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정부로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이런 가운데 ARM차이나의 쿠데타(?) 소식이 전해지면서 진행중이던 ARM 매각이 어떻게 영향을 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반도체 시장에서 중요도로만 보면 2020년 3분기 가장 중요한 뉴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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