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틱톡(TikTok)' 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오라클이었습니다. 당초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수가 유력해 보였으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 뒤집혔습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 Dance)'가 틱톡 미국 사업부의 우선 협상자로 오라클을 낙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성명을 내고 '바이트 댄스가 틱톡을 MS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통보해왔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제안이 틱톡 이용자와 미국 안보를 지키는데 좋다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틱톡을 인수한 오라클
기업용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MS)' 사업을 주요 비즈니스로 삼고 있는 오라클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생소합니다. 특히 10대와 20대에게 인기있는 15초 동영상 공유 플랫폼인 틱톡 사용자들에게는 정말 생소할 텐데요. 이 때문에 오라클과 틱톡의 만남은 정말 어색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31일 미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본사를 둔 틱톡의 운영사인 바이트 댄스가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중국 정보로 전송한다며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어 8월 6일에는 바이트댄스와 미국 회사의 모든 거래를 9월 15일 안에 차단하는 행정명령에 사인했습니다.
90일 이내 바이트댄스의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도록 했고, 초반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대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하지만 인수 기한 막판에 참가한 오라클이 결국 틱톡과 손잡게 되었습니다.
틱톡과 오라클은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틱톡과 오라클은 같은 배를 타기에는 너무 성격이 다른 기업입니다. B2C 서비스 기업인 틱톡과 B2B 사업자인 오라클은 서로 연관성이 멀어보이는데요. 오라클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과 소비자 데이터 사업을 키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 틱톡이 소유하고 있는 서비스가 오라클의 클라우드 플랫폼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는 평입니다.
틱톡은 미국에서만 1억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틱톡이 미국 사업을 분리할 경우 이용자들이 생성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저장할 공간이 새롭게 필요하게 되는데요. 오라클이 서비스하고 있는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이런 데이터를 서비스 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 시장에 야심차게 들어선 오라클은 RDBMS 시장에서의 아성을 세우지 못한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났습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오라클은 매출 기준으로 클라우드 인프로 업체 상위 5위권에 들지 못 했습니다. RDBMS의 최강자인 오라클이 클라우드에서는 자존심을 많이 구긴 셈이죠.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과 다르게 오라클은 자신들이 서비스하는 B2C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클라우드 사업의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틱톡이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서비스를 인수하면서 자사의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라클은 틱톡의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타깃 광고 시장도 노릴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로필을 만들어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데이터 수수료 사업 등 다양한 광고 시장을 노릴 수 있습니다. 틱톡은 광고주에게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해주면서 그 광고를 송출할 수 있는 미디어이기도 합니다.
오라클과 틱톡이 풀어야 할 숙제
오라클이 틱톡 인수의 우선 협상자로 선정되었다고해서 바로 매각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트 댄스는 미국과 중국 정부로부터 틱톡 매각에 대한 승인을 받아야합니다.
게다가 바이트 댄스는 틱톡을 오라클에 매각하더라도 핵심 알고리즘인 '추천 알고리즘'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때문에 핵심 알고리즘을 제외한 사업 인수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바이트 댄스의 이런 조치는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수출금지 및 규제 대상 기술 목록을 새롭게 갱신하면서 첨단 기술을 해외에 넘기지 못 하도록 한 데 따른 것입니다. 때문에 중국 국적의 기업인 바이트 댄스는 중국 정보의 승인없이 틱톡의 핵심 알고리즘을 판매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트 댄스의 이런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틱톡의 매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매각 기한으로 정한 15일 이후, 미국에서는 더 이상 틱톡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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