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결국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LG전자는 지난 5일 이사회를 통해 2021년 7월 31일자로 휴대전화 사업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LG전자는 1995년 첫 휴대폰인 '화통'으로 시작한 휴대폰 사업을 26년만에 완전히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
그 동안 스마트폰 사업부의 매각설이 모락모락 피어왔었는데요. 핵심 기술까지 이전을 요구하는 해외업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결국 매각 대신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LG전자는 그 동안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 꾸준히 적자를 기록해왔습니다. 2015년 2분기부터 무려 2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왔으며 누적 적자는 5조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LG벨벳, LG 윙 등을 발표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흥행에 실패하고 올해 초에는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C사업본부 임직원에게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메일을 보내면서 사업 철수설이 흘러나왔습니다. 롤러블 폰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직후라서 더 아쉬웠는데요. 결국 롤러블 폰은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LG전자는 프라다폰, 초콜릿폰 등 피쳐폰 시장에서 잘 나갔지만 애플이 아이폰을 발표한 이후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고전하기 시작했습니다. LG전자가 맥킨지에 컨설팅을 의뢰해 스마트폰 대신 피처폰에 역량을 투입했다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이제 아주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옴니아를 내놓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한 갤럭시 S 시리즈를 빠르게 출시하면서 트렌드를 부랴부랴 따라갔고 이제는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모습과는 매우 대조적인 상황입니다.
LG전자 역시 뒤늦게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꾸준히 메이저 시장에 남으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UI와 끊임없이 고장난다는 오명을 쓰면서 판매가 부진해졌습니다. 구매한지 1년도 안지나서 고장나기 시작하는 LG 폰에 대한 불만 리뷰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면서 신뢰도가 매우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절치부심하여 G2, G3 등의 제품을 만들며 인기를 올렸고 G3가 출시된 2014년에는 3천억대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출시된 G4의 메인보드 불량 이슈와 모듈형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한 G5의 폭망으로 나락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V30이라는 명작을 만들어 내긴 했지만 역시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못 생긴 인덕션 카메라 모듈이 아닌 예쁜 물방울 디자인의 카메라 모듈이 탑재된 LG 벨벳을 출시했는데요. 디자인은 예뻤지만 출고가 포지션을 잘 못잡아서 역시 흥행에는 실패합니다. 이 후, 스위블 모드를 지원하는 LG Wing을 발표했지만 사람들은 신기해할 뿐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LG의 마지막 승부수로 보였던 롤러블 스마트폰의 출시 계획이 공개되면서 LG가 폴더블 이후 새로운 폼팩터 시장을 개척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스마트폰 사업부가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매우 안타까운데요. 이제 국산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밖에 없습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이 차지하고 있었던 점유율이 어디로 갈지 주목해봐야 할텐데요. 아마도 대부분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로 흡수되고 저가형 모델의 경우 중국업체들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원들은?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했던 MC 사업본부 직원들의 고용은 유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역량을 포기하지 않고 LG전자의 타 사업본부와 LG 계열사들에 이식, 재배치하여 또 다른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가 보입니다. MC 사업본부 직원의 재배치에는 직원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관계자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발표된 직후 LG 에너지 솔루션 공모를 시작으로 6월말까지 인력 재배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MC 사업본부 직원의 일부는 CTO 및 유관 조직으로 이동해 LG 스마트폰 구매 고객을 위한 AS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하지만 LG전자는 미래 사업 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은 지속할 것이라고 합니다. 6G 이동통신 기술과 카메라 부품,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은 꾸준히 진행해서 차세대 TV나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CTO 부문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개발이 지속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기준 3400여명의 MC 사업본부 직원들은 올해 6월말까지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LG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던 공장 등 생산 라인들은 용도가 변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전자는 앞서 2019년 국내 스마트폰 생산을 중단했고,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 통합했습니다. 베트남은 다른 가전들의 글로벌 생산기지이기도 하므로 현지 설비를 활용해서 다른 제품을 생산할 방안은 많이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사업이 빠진 LG전자는 생활가전(H&A)과 전장(VS) 사업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냉장고나 에어컨에 사용되었던 컴프레셔, 모터 기술을 전기차의 구동모터에 응용하는 등 의외로 LG전자의 전장사업에는 그럴싸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계열사인 LG에너지앤솔루션의 배터리와 LG전자의 전장을 합쳐서 LG 브랜드를 달고 전기차가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롤러블 기다렸는데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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