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집에 자동차가 2대 이상인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부부의 경우 각자 자가용을 한대씩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성인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의 자동차까지 한 가구에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자동차의 메인 스트림이 전기차로 바뀌면서 당분간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동시에 소유하는 가구까지 늘어나게 될 예정인데요. 덕분에 도시 지역에서의 주차난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에서는 '제주 차고지 증명제'를 경형, 소형차 등 전차종에 전면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제주 차고지 증명제
차고지 증명제란 차량을 소유한 사람이 본인이 거주하는 곳에서 2km내에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차고지)을 마련해서 경찰서에 증명서발급을 받아야하는 제도입니다. 즉, 주차장이 있어야 차량을 소유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집이나 아파트에 마련하거나 거주지로부터 일정 거리내에 있는 공영 혹은 민간 유료주차장을 임차해야합니다. 주차장임차계약서를 신고해야 제재가 없습니다.
자동차를 구입하여 길거리에 무단으로 주차해놓은 경우가 많은데요. 아무데나 불법 주차한 차량때문에 소방차가 통행에 방해를 받거나 어린이 보호구역, 노인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많이 있습니다. 따라서 보관할 장소를 우선 섭외하고, 신고해야 자동차 등록을 허가해줘서 무분별하게 자동차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입니다.
사실 차고지 증명제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사례가 훨씬 유명합니다. 1950년대부터 급속도로 자동차의 숫자가 늘어난 일본은 주차장 등의 인프라가 자동차 등록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그러자 1962년부터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의무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2007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는 제주의 외곽 읍면동 지역까지 제도 시행을 확대했으며, 내년부터는 경차와 소형 자동차도 차고지 증명제의 대상으로 포함될 예정입니다. 2006년 조례가 제정된 이후 현재까지 차고지증명제를 운영해온 제주시의 경우 올 6월 기준 전체 등록 대상인 5만 4898건 중 5만 3799건에 대한 차고지 증명을 완료해 98.1%에 해당하는 차량이 차고지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서귀포시의 경우 2019년 7월부터 운영을 시작해, 전체 5만 1845건 중 1만 4331건에 대한 증명을 완료했습니다. 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귀포시의 등록률이 낮긴하지만 빠른 속도로 차고지 증명제가 정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부터는 소형차와 경차, 1톤 이하 화물 자동차까지 차고지 증명제가 전격 확대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자가 차고지가 없으면 신규 차량을 구입해 등록할 수도 없고, 주소 이전도 불가능하게 됩니다.
제주도는 '자기차고지 갖기 사업'을 진행해왔었는데요. 단독주택이나 20년 이상 근린생활시설에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했으며, 공동 주택의 경우 최대 2000만원까지 공사비의 90%를 지원했습니다. 단독주택의 담장과 대문을 허물어 단기간 내 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저비용으로 많은 차고지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이었습니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차고지 등록 비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서울로의 확대 시행?
사실 제주도에서 차고지 증명제가 시행중이라는 것을 아는 분들이 많이 없습니다. 제주도로 귀촌, 이주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자가용을 가지고 제주도로 입도, 주소지를 옮기려고 절차를 밟다가 그제서야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일본에서나 시행하는 제도로 알고 있죠.
제주도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이런 제도들이 안착하면서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전국에 전격적으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장 차고지 증명제를 전국으로 확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대도시에 적용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일단 주차 공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주차 공간도 부족하고 추가로 주차장을 위해 확보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합니다. 신축 아파트의 경우 세대당 주차공간을 1.5대 이상으로 맞추는 경우가 많이 있긴합니다. 하지만 구축 아파트라던지 빌라들이 모여있는 주거지역에서는 추가로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때문에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하게 되면, 비싼 신축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만 신규로 차량을 구입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만 차를 살 수 있도록 규제한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판매량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한 사람들은 차량을 구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탄소제로 정책때문에 내연기관차 대신 빠르게 전기차로 옮겨가야하는 상황에서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한다면, 전기차 구입을 미루고 인프라가 완벽하게 깔릴 때까지 내연기관차를 계속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서울 및 전국으로와 확대 시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행을 시도하려고해도 도심지역에 많은 숫자의 주차장 건설 등 인프라 확보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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